
( Canon EOS D60 / Tamron 17-35mm / 대구 비산동 )
코를 흘리면서 이 앞을 지나다녔습니다. 등하교 시간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 곳에 있었고 부끄럼이 많던 나도 이 풍경 속에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도 얼굴 붉힐 줄만 알았지 말 한디 건네지 못 했습니다. 이 곳에 어른이 된 내가 서 있습니다. 부끄럼이 없고 소리 내어 웃어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가 서 있습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이곳에는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나무 타는 그 냄새가 좋아 이 앞을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떡가래가 뽑아져 나오고 시루떡이 쪄지기도 했습니다. 불린 쌀을 머리에 인 아낙들의 긴 줄이 골목길을 돌아들었습니다.
낡은 방앗간 앞에 낡은 내가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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