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non EOS 5D / Tokina 80-200mm / 서울 낙산
... 카림, 너 혹시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해서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어가고 있어. (중략)
이해가 안가요. 우리 마을에서는 소들이 목초지에서 풀을 뜯잖아요. 여름이면 주라 산지의 초원에서 풀을 뜯고요. 소들이 왜 곡물을 먹어요? 우리 제네바 주에서는 전통적인 낙농법을 따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미국은 아주 달라. 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는 방법으로 비육되지. 그래서 소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연간 50만톤에 달한단다. 미국 중서부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소들이 온도조절이 되는 ‘피드 롯’이라는 거대한 시설에서 사육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곡물사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는구나. 물론 소들은 움직일 수 없지. 정해진 공간 내에서 그저 질서정연하게 서 있을 뿐이야. 이런 비육축사 한 곳에만 1만마리 이상의 소들이 수용되어 있단다.
프랑스의 르네 두몽이라는 농학자가 연구한 바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피드 롯의 절반에서 연간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도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잠비아 같은 나라의 연간 필요량보다 더 많다는 계산이 나왔어.
또 다른 문제는 세계시장에 비축된 식량의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는 데 있어.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농산품 가격이 투기의 영향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니?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 호숫가에는 위압적인 건물이 솟아 있어. 바로 시카고 곡물거래소야.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이지. 이곳에서는 몇몇 금융자본가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사실 거래는 몇 안되는 거물급 곡물상의 손에서 결정돼. 그들은 몇 사람 안 되지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앙드레 S.A(스위스), 컨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이야. 그들의 상업함대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전세계 곡물의 매매가를 결정하고 있단다. 토마스 상카라는 그들 곡물 메이저를 ‘화이트칼라 강도들’이라고 부르기도 했지. 신문의 경제면을 들추면 시카고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콩, 옥수수, 귀리, 밀, 쌀, 보리, 고구마, 카사버 같은 곡물들의 시장 거래가격을 볼 수 있을 거야. (중략)
... 국제적인 거래 가격은 어떻게 정해져요? 물론 이른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단다. 그러나 또한 일부 곡물 메이저와 그 밑의 투기꾼들의 조작을 통해서도 결정돼. 덤핑 전략이나, 또는 반대로 시장에서 상품을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통해서 말이야. (중략) 가격은 단 한 가지 원칙에 복종해. 바로 이윤근대화라는 원칙이지. 시카고 거래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의 정부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매주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지 ....
- 징 지글러(Jean Ziegler)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고파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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