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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on EOS 5D / Tokina 80-200mm / 동대문시장






     ... 좀바르트는 사치야말로 산업자본주의 발전의 핵심동력이라고 보았습니다. 보드리야르도 소비야말로 생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지나치게 지속적으로 영위한다면, 우리 삶은 궁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소비생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산업자본은 결코 잉여가치를 남길 수 없을 겁니다.(중략)


     자본주의가 잉여가치를 남기는 과정의 완전한 형태는 M-C-M'이다. 여기서 M'는 M+△M이다. 다시 말하면 M'는 최초에 투입된 화폐액에 어떤 증가분을 더한 것과 같다. 이 증가분, 즉 최초의 가치를 넘는 초과분을 잉여가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초에 투입된 가치는 유통 과정에서 단지 자신을 본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량을 변화시켜 잉여가치를 첨가해 준다. 바꾸어 말하면 스스로 가치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이야말로 가치를 자본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1867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운동을 M-C-M'이란 간단한 공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M은 화폐(money)를, C는 상품(commodity)를, 그리고 △M을 유통을 통해 얻은 이윤, 즉 잉여가치(surplus value)를 상징하는 기호입니다. (중략) 이 공식을 유통과 생산과정 두 두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M-C-M'은 M-C ...... C'-M'라는 두 단계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이때 M-C는 생산과정을, 그리고 C'-M'는 유통과정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만들어 잉여가치를 남기는 회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회사의 자본가는 처음에 일정한 자본금(M)이 있습니다. 그는 이 돈으로 핸드폰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재료들, 즉 노동자와 원료, 부품(C)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핸드폰(C')을 공장에서 상품으로 만들어냅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는 자본가의 의도대로 진행됩니다. 돈을 가진 것은 바로 자본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단계부터입니다.

     새로운 핸드폰을 팔아 돈을 회수하는 과정은 자본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자본가는 엄청난 양의 핸드폰이란 상품이 있지만, 이때 돈을 가진 것은 소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가진 사람보다 돈을 가진 사람이 월등히 우월하다는 자본주의 원리는 생산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도 그대로 관철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핸드폰을 만들어낸 자본가의 고뇌는 사실 단순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품을 팔아서 소비자의 지갑 속에 있는 돈을 내 수중에 넣을 수 있을까?” 이 고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들은 이미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본가는 소비자들이 이전에 구입한 핸드폰을 버리고 새로운 핸드폰을 다시 사도록 유혹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과제를 완수해낼 수 없다면 자본가에게는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 뻔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바로 기호가치와 관련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새로 생산해낸 핸드폰에 가장 소망스러운 기호들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각종 대중매체와 대중 스타들을 적절히 이용하는 전략으로 현실화되겠지요. 이제 핸드폰에 새겨 넣는 새로운 기호들은 이 핸드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사랑받고 주목받는다는 이미지로 수렴됩니다. 만약 이러한 유혹이 성공한다면, 산업자본은 수많은 핸드폰을 팔고 원하던 잉여가치를 남기겠지요. 핸드폰만 성공적으로 팔린다면 막대한 광고료는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핸드폰 가격에 이미 예상 광고료를 포함했을 테니 말입니다.

    자본가가 생산한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결코 잉여가치를 남길 수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산업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입니다. 보르디야르가 생산이 아닌 소비의 논리에 집중했던 이유도 여기 있지요. 이것은 자본주의가 잉여가치를 남길 수 있는 지점이 유통과정, 즉 ‘상품-화폐(C'-M')의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까요?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상품을 필요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즉 상품의 사용가치보다는 상품의 기호가치를 강조할 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중략)

     사실 과거 19세기의 산업자본주의는 행복한 길을 걸었습니다. 그 당시 공장에서 만든 상품들을 글자 그대로 항상 새로운 제품이었지요. 예를 들어 영국의 값싸고 질 좋은 섬유제품이 생산되자마자 영국 사람들에게 바로 소비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가지 않아 영국에서는 팔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여러 섬유제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마침내 자본주의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산업자본은 아직 산업자본주의를 모르던 아프리카나 아시아를 식민지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요. 이것은 산업자본의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식민지는 노동력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며 동시에 소비시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식민지 지배를 통한 엄청난 잉여가치의 획득으로 팽창한 산업자본주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걸림돌을 만납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식민지 쟁탈전에 독일과 일본 등 후발 산업자본주의 국가가 덩달아 뛰어든 것입니다.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1914~1919)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산업자본주의에 외적 팽창의 길 역시 제동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산업자본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을까요? 자국의 소비자들에게 다시 눈을 돌린 것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자국의 소비자들이 이미 구매한 상품을 폐기하고 새로운 상품을 계속 구매한다면, 구태여 산업자본이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것이 ‘지출, 향유, 무계산적인 구매“의 시대가 열린 진정한 이유입니다.(중략)

     산업자본은 욕망과 개성의 실현을 찬양하는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허영심을 집요하게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고안해 냅니다. 특히 이 대목에서 “사는 것은 지금, 지불은 자중에”라는 슬로건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보드리야르는 신용카드의 사용과 폭발적 소비 증가 사이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중략)

     보드리야르는 소비자가 다름 아닌 노동자라는 엄연한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소비사회의 화려한 유혹에 물든 대부분의 소비자는 환각의 세계에 빠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며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남는 것은 불행하게도 돈의 고갈, 혹은 빚의 확대일 뿐입니다. 다시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빚을 갚기 위해서 그들은 노동자의 지위로 산업자본에 편입되어야 합니다. 이 상황이 되풀이될수록 그들은 자본가에게 예속되겠지요.

     그래서 보드리야르는 “생산과 소비는 생산력과 그 통제의 확대 재생산이라고 하는 단 하나의 똑같은 거대한 과정”이라고 진단한 것입니다. (중략) 소비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자유롭게 분출하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환각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보드리야르는 냉정하게 지적합니다. 우리가 가진 “욕구와 그 충족은 오늘날에는 다른 생산력(노동력 등)과 마찬가지로 강요되고 합리화된 생산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고유한 욕망조차도 산업자본주의에서는 생산력의 일환으로 간주되고 포획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략)

     산업자본주의에서 자유란 분명 소비의 자유입니다. 돈이 부족하거나 아예 돈이 없을 경우 우리가 느끼는 부자유의 느낌, 심지어는 심각한 우울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자신을 타인과 구별해줄 수 있다고 믿는 상품들을 구매하지 못할 때 우리는 우울증을 겪습니다. 우울할 때마다 백화점에 들려 쇼핑을 하는 여성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돈이 없으면 우울하고, 돈이 있으면 명랑해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산업자본이 우리의 욕망을 길들이는데 성공했다는 분명한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세시스, 2009) 중에서






 

2010/06/23 01:58 2010/06/2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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