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non EOS D60 / Canon EF 50mm / Computer Aid
... 베버는 산업자본주의 발달의 원인을 생산과정에서 청교도적인 소명 의식과 금욕적 태도에서 찾았습니다. 자신의 계급 혹은 직업에 대해 종교적 소명 의식이 있던 자본가나 노동자들이 산업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사실 생산과정에서의 원가절감이나 비용절감, 혹은 노동 현장에서의 근면성 등은 그것이 없을 때보다는 있을 때 산업자본에 더 많은 잉여가치를 약속해 줍니다. 이 점에서 베버 역시 생산중심주의에 입각해서 사유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좀바르트나 보드리야르는 산업자본의 잉여가치가 오직 유통과정에서만, 다시 말해 한때 노동자였던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획득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베버와 달리 이들 후자의 개념은 소비중심주의라고 부릅니다. 보드리야르가 생산중심주의를 비판했던 이유도 노동자가 동시에 소비자라는 자본주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돈을 가진 자가 상품을 가진 자보다 훨씬 우월합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자본가보다 우월한 자리를 점유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소비자의 위치일 때입니다. 노동의 대가든 다른 경로든 간에 돈이 있다면, 소비자는 상품을 파는 사람보다 우월한 존재론적 지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상품을 살 수도 있고 사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산업자본은 반드시 자신이 만든 상품을 노동자인 소비자들이 사게 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드리야르는 자본주의의 유혹과 인간의 원초적 허영 사이의 은밀한 야합을 목도합니다. (중략)
소비 영역은 소비자가 노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산업자본의 음모, 나아가 소비자의 허영을 부추겨 소비를 촉진하려는 산업자본의 전략이 관철되는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소비 영역에서 전개되는 이 같은 산업자본의 음모와 전략을 폭로하는 것. 이것이 보드리야르의 평생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사물이 가진 서로 다른 네 가지 차원의 논리를 해명합니다. (중략)
“기호와 차이의 논리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의 논리를, 그 논리에 얽혀 있는 여러 가지 다른 논리로부터 구별해낼 필요가 있다. 네 가지 논리가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①사용가치(use value)라는 기능적 논리, ②교환가치(exchange value), ③상징적 교환(symbolic exchange)의 논리, ④가치(value)/기호(sign)의 논리. 첫 번째는 실제적인 작용의 논리이다. 두 번째는 등가(equivalence)의 논리이다. 세 번째는 예매성(ambivalence)의 논리이다. 네 번째는 차이의 논리이다. 또한 유용성의 논리, 거래의 논리, 증여의 논리, 신분의 논리. 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입각하여 정돈됨에 따라 각각 ‘도구’, ‘상품’, ‘상징’, ‘기호’의 지위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것만이 소비라는 특수한 영역을 규정짓는다.” (장 보드리야르의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1973)
(중략) 간단한 예를 들어 살펴보면 보드리야르가 제안한 사물의 네 가지 서로 다른 논리가 별로 어렵지 않게 이해될 것입니다. 여기 다이아몬드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다이아몬드는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도구’일 수도 있고, ‘상품’일 수도 있고, ‘상징’일 수도 있고, 아니면 ‘기호’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도구’의 측면에서 바라본 다이아몬드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다이아몬드는 가장 견고한 광물이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자르거나 부술 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 도구로서 다이아몬드는 ‘사용가치’라는 기능적 논리를 따르게 됩니다. 두 번째로 다이아몬드를 ‘상품’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다이아몬드는 1억 원으로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됩니다. 이때 상품으로서의 다이아몬드는 ‘교환가치’라는 경제적 논리를 따르게 됩니다. 예들 들어 다이아몬드 한 개는 자동차 5대나 컴퓨터 100대와 바꿀 수 있습니다. (중략)
세 번째로 다이아몬드는 ‘상징’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사랑하는 딸의 결혼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으로서의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는 1억 원으로 다른 것을 살 수도 있겠지요. 혹은 1억원 상당의 다른 상품과 다이아몬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물로서의 교환은 앞서 말한 등가교환과는 다릅니다. 내가 자이아몬드 하나를 선물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상대방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로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상징적 교환’의 논리입니다. 그래서 보드리야르는 선물로서의 다이아몬드는 ‘애매성의 논리’니 ‘증여의 논리’를 따른다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애매성으로 번역된 ‘ambivalence'라는 단어는 가치가 애매하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는 ‘기호’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보드리야르가 <<소비의 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도 바로 이 네 번째 측면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상류계층에 속하므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나타내는 기호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이아몬드는 보드리야르가 말했듯이 ‘신분의 논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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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상품 상징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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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사용가치 교환가치 상징가치 기호가치
작동논리 작용성 등가성 애매성 차이성
적용영역 유용성의 차원 거래의 차원 증여의 차원 신분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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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중심주의에서 살펴본다면, 사물의 네 가지 측면들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이 생산에 가장 도움이 될까요? 인간의 노동력을 줄여주거나 아니면 확장시켜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첫 번째 ‘도구’로서의 사물이란 개념은 생산중심주의에 잘 부합됩니다. 또 ‘상품’으로서의 사물도 당연히 생산에 도움이 됩니다. 높은 교환가치에 상품이 팔리면, 그만큼 산업자본은 생산력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기호’로서의 사물도 생산중심주의에 잘 부합됩니다. 인간이 가진 허영심과 욕망을 증폭시켜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라도 고가에 사들이게 한다면, 산업자본은 막대한 잉여가치를 남길 수 있겠지요. (중략)
사실 ‘도구’, ‘상품’, ‘기호’라는 사물이 가진 생산주의적 측면은 기본적으로 이기적 동기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사물들의 측면입니다. 하지만 ‘상징’으로서 타인에게 주는 선물, 혹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주는 사람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려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정신과 생활의 만족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보드리야르는 ‘상징’으로서 사물이 가진 측면이 사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산업자본주의의 마수로부터 구원해 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았습니다. ‘도구’, ‘상품’, 그리고 ‘기호’로서의 사물의 측면들은 인간을 무한경쟁의 각축장으로 내몰지만, 사물의 ‘상징’적 측면은 공존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주의적 만남의 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는 타자와 관계할 때 무엇인가를 주거나 혹은 받습니다. 그것은 말의 형식일 수도 있고, 미소와 같은 육체적 기호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장미꽃과 같은 어떤 사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타자에게 혹은 타자가 우리에게 건네준 사물은 선물 아니면 뇌물의 형태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보드리야르가 강조했듯이 뇌물은 그것을 받은 사람에게 사용가치나 교환가치, 혹은 기호가치로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선물에는 사용가치, 교환가치 그리고 기호가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사랑이나 애정의 표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가치, 즉 ‘상징적 가치’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예전에 필자가 강의실에서 만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늘 호두 두 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그것을 꺼내 만지작거렸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고 하더군요. 가령 호두의 사용가치는 망치로 깨서 호두를 먹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호두를 먹지 않고 그냥 가지고 다녔습니다. 물론 호두의 교환가치 역시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겠지요. 그녀 또한 호두를 다른 것과 바꾸려고 생각하지도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그 호두의 기호가치는 어떨까요? 호두를 가졌다고 해서 그녀의 사회적 신분이 높아질 리 만무하지요. 그녀에게 호두는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완전한 의미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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